목록보고 듣고 느낀것들/독후감&서평 📖 (26)
서비스디자이너의 독학

밀리의 서재를 오랜 기간 구독하고 있다. 예전에는 '종이책 읽기를 권함'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종이책이 영원할거란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 생각해보면 종이라는 물성에 책이 왜 묶여있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음악은 LP, 테이프, CD, mp3파일 여러 매체로 재생 방식이 바뀌고 있는데 책이라고 그러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글을 쓰는 작가에게 글을 계속 쓸 수 있게 해주는 가장 직접적인 방식이 종이책 구매라고 생각해서 의식적으로 종이책 '읽기' 뿐만 아니라 '사기'를 계속 하고 있다. 그런데 그러다보니 책을 좀 더 높은 기준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사두고 읽지 않기에는 집은 마냥 넓지 않아서 책을 무한히 담아둘 수 없다. 더욱이 한달에 얼마 되지 않는 ..

트위터에서 자주 만나던 '모대리'라는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모 이야기' 평소에도 특유의 붓팬으로 그려진 고양이, 모대리를 좋아하던 참에 책으로 나온다는 소식에 단숨에 구매해서 읽어봤다. 사실 긴긴밤 보다도 먼저 읽은 책이지만 2월달에 워낙 이런저런 책들이 스쳐지나가는 통에 글을 쓰는게 조금 늦어졌다. 하지만 긴긴밤이 동화가 줄 수 있는 모든것을 얻는 느낌이라면, 모 이야기는 동화가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을 받은 느낌이다. 다 크고 늙고 지친 내가 읽어도 동화로부터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충분히. 모 이야기는 아기 고양이 모의 어느 잠이 오지 않는 밤, 창밖으로 우연히 보게 된 웃는 빛을 따라 숲을 탐험하는 이야기다. 숲을 여행하는 과정에서 모는 친절하고 재미있는 숲속 친구들을 만나고 여러..

나에게 있어서 양말에 대한 생각은 그저 어떤 금기로만 이뤄져있었다. 이럴 때 이런색깔은 안된다. 저럴땐 꼭 이걸 신어줘야한다. 단순히 OX만 있는 세상. 그러다 우연히 시사 프로그램에서 정준희 교수의 양말을 유심히 보게된 기억이 있다. 저렇게 똑똑한 사람이, 패셔너블해보이기까지 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아. 저 양말의과감함. 점잖은 양말에서 한번 과감함을 시도한 양말. 사실 생각해보면 위에 입은 정장도 그리 점잖은 톤이 아닌데 양말이 정장을 달리 보이게 하는구나. 나도 양말에선 좀 끼부려도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늘 있었다. 그렇지만 용기도 지식도 없었고. 나는 넥타이는 답답해서 몇번 해본적도 없지만, 한준희 해설위원의 넥타이 수집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는 이상하게 넥타이에 관심이 가던 때도 있었다...

올해 초, 2023년 3월 '세로'라는 이름을 가진 얼룩말이 동물원을 탈출했다. 탈출한 얼룩말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시선으로 얼룩말의 이야기를 재단했다. 여자친구 문제로 동물원을 탈출했다느니..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가십처럼 소비됐다. 하지만 그 때에도 생각했다. 얼룩말이 동물원 안에 갇혀 있는데에는 이유가 필요하지만 동물원을 탈출하는데에 왜 이유가 붙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람이 가둬둔 얼룩말이 세상으로 나왔는데 말이다. 그때도 긴긴밤을 알고 있는 지인들은 이 이야기를 들으며 이 책이 떠오른다고 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나 나도 이 책, 긴긴밤을 읽게되었다. 나도 사건이 일어났던 당시에 생각이 떠오르며 늘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인간적인 이유로, 얇은 동화책은 언제든 금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