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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소비수업 : 모아둔 돈이 아닌 쓴 돈으로 나를 알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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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소비수업 : 모아둔 돈이 아닌 쓴 돈으로 나를 알기

혜등 2023. 8. 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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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정치인의 재산검증이 있을 때마다 했던 생각이 있다. 보통 선거기간 전후로 본인 재산을 신고하는데 보통은 지금 가지고있는 재산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가끔은 그 재산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추적하게 된다. 하지만 나는 그 정치인들이 어디에 돈을 썼는지가 늘 더 궁금했다. 이 사람은 문화 생활에 돈을 얼마나 썼을까? 엥겔지수는 어떨까? 등등.

무언가에 관심을 드러내고 향유하는 모습, 관심을 가지는 모습을 보여주더라도 거기에 나의 소비가 뒤따르느냐는 큰 차이가 되는 것 같다. 시간도 소중한 재화겠지만 진짜 돈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나의 소비심리는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교환가치와 맞아야 실행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생각을 오래해온 나에게 아주 흥미로운 내용을 많이 담고있다. 연세대학교에서 〈현대 소비사회의 이해〉 강의를 맡아온 윤태영 교수의 학교에서 수업했던 내용을 모아 책으로 펴낸것이 바로 이 '소비수업'이다.

소비 수업은 소비라는 행위를 통해 현대사회의 열한 가지 현상-주제를 다루는 책이다. 유행, 공간, 장소, 문화, 광고, 육체, 사치, 젠더, 패션, 취향 등 저자가 선별한 열한 가지 키워드는 현대인의 일상은 물론, 가장 은밀한 곳까지 영향력을 미치는 소비의 의미를 찾는데 중요한 길잡이로서 작용한다. 또 《소비 수업》은 소비가 점차 중요하게 부각되는 과정을 분석하기 위해 19세기 프랑스의 백화점... 벤야민... 보드리야르..등 학자들의 이야기들을 인용하는데 이 부분은 참 수업을 책으로 옮긴 책 답다 싶었다.

책을 다 읽고나면 소비를 통해 세상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이쯤되면 소비는 이제 내가 누구인지를 말해주는 단계로까지 발전한다. 현대사회에서는 더 이상 직업에서 정체성을 찾지 않는다.


그렇다. 소비는 우리의 정체성을 말해준다. 인스타그램에, 트위터에 게시하고싶은 이야기들을 어떤 맥락에서 정하게되는지. 그것들이 다시 어떻게 나의 정체성이 되는지.

이미 충분히 보유하고 있음에도 각종의 재화와 상품을 또 소비하려면 새로 구입해야 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 이유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유행이다.

우리가 쉽게 '유행'이라고 말하는 것들의 뒷면엔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있는지. 그것들이 사회를 어떻게 구성하고있는지 알 수 있다.

다시 한번 이 책을 다 읽고나서 확신하게됐다. 나의 뜻을 전하고픈, 투표하고 싶은 정치인을 정할 때에는 그 사람이 어디에 돈을 어떻게 썼는지 알고싶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그  소비의 방향성으로 그 사람의 정체성을 잘 알 수 있을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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