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디자이너의 독학
[영화] 거꾸로 가는 남자 : 가부장제 역지사지 멀티버스 체험기 본문
넷플릭스 오리지날 영화 중 최초의 프랑스 영화인 '거꾸로 가는 남자'는 남성 중심의 세상에서 모든걸 누리고 살고 있는 남성 다미앵이 여느날과 다르지 않은 하루르르 보내다 길가에서 가로등에 머리를 부딪히고 쓰러진 뒤 눈을 뜨자 여성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게 되면서 느끼는 혼란 스러움을 담고 있다.
이 영화에서 주로 던지는 메시지의 방식은 좀 이런 느낌이다.
어때? 이상하지 않아?
남성 중심적인 세상의 이상함을 보여주기 위한 방식으로 소위 '미러링'이라는 전략을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 방식을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어서 헛웃음과 깨달음을 동시에 준다. 일상적으로 접하는 많은 매체속에서 우리는 왜 이상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세상을 우리는 다시 한번 확인해봐야하지 않을까?하고 말한다.
왜 남자는 모든 매체에서 인생의 모든 무게를 짊어진것처럼 맥주 한잔 마시면서 세상사를 이야기할 때 여자는 드라마 보며 눈물흘리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걸까. 누가 그런 미디어를 만들어내고 있는걸까.
여자들의 츄리닝 뒤 엉덩이 부분에 있는 이상한 영어 단어들이 남자 엉덩이에 있으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그 찰나의 미러링으로 이 영화는 웃음과 깨달음을 동시에 주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몇번을 봐도 계속 저항 없이 웃음이 터져나왔던 장면은 바로 여성우월주의자이자 작가로 나오는 알렉산드라 라무르의 책상 뒤에 있는 주먹을 내지르는 포스터. 본인의 강함을 강조하기위해서 본인 뒷 자리에 그런 사진을 둔다는게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를 생각하면서 피식 웃음이 나오다가도 그런 짓(?)을 하고 있는 남성 ceo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하면 다시 한번 씁쓸해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한때 강남역 주변에 지소연 선수의 광고와 성형외과 광고가 동시에 한 앵글에 잡힌 사진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미모가 전부라는 성형외과의 광고에 맞서는 듯한 '네가 원하는걸 바꾸지마. 이 세상을 바꿔버려'라는 문구. 나는 지소연 선수를 잘 알고 있기에 바로 지소연 선수를 알아볼 수 있었지만 당연히 남자 축구선수라고 생각한 사람들에겐 좀 더 이 사진의 극적인 대비가 다가오기도 했던 것 같다.
이런 비슷한 감정과 맥락은 영화 바비에서도 느낄 수 있는데, 바비월드를 떠나 처음으로 리얼월드, 가부장제의 세상으로 오게된 바비는 전광판에서 수영복을 입고 광고를 하고 있는 모델들을 보고 '대법관이다!'라고 외치는 장면이 있다.(기억에 의존해서 대사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바비 월드에서 자란 사람의 눈에는 그런 옷에서 느껴지는 전문성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과 동시에 지금 우리가 여성성을 얼마나 잘 못 활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지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것이다.
각국에서 만드는 의사 바비 인형들.
거꾸로가는 남자의 마지막에 결국 다미앵은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오지만 결국 여성주의 운동의 흐름에 함께하게 되는 결말을 보여준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이상한지를 한번 인식하고 나서부터는 함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마지막 메시지. 세상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하는 영화, 거꾸로 가는 남자.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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