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디자이너의 독학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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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나쁘다!
작중 후반부에 슈츠슈타펠 군의관 레싱이 귀도에게 수수께끼를 낸다.
귀도, 잘 듣게.
뚱보에 못 생기고, 노란색을 달고 있어.
누구나고 물으면 꽥꽥꽥...
날 따라오면서 똥을 싸지
나는 누구일까
솔직히 말해 보게
오리라고 생각하지?
과연 오리일까?
아냐.
빈에 사는 수의사 친구가 이 문제를 보내왔어.
이 문제를 풀기 전엔 내 문제를 보낼 수가 없어.
오리너구리가 아닌가 생각해 봤지만
그건 꽥꽥거리지 않잖아?
오리너구리는 이렇게 하지.(손으로 입술을 양쪽으로 잡아늘리며) 부르르.
자네를 위해 어젯밤 이탈리아어로 번역을 해 왔네.
답이 뭔 것 같은가?
아무리 봐도 오리 같지만...
날 좀 도와주게. 제발, 부탁하네... 도와주게.
밤엔 잠도 잘 오질 않아
꽥꽥꽥...
오리가 틀림없는데!(탁상을 주먹으로 내려친다.)
이 수수께끼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의미로 해석된다.
수수께기나 즐기던 괴짜 의사인 자신이 사람을 선별해서 가스실로 밀어넣고 있으니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그 감정을 귀도에게 수수께끼로 말하고 있다.
첫 번째 해석으로 보면 뚱보에 못 생기고 "노란색"을 달고 있는 것은 사실 나치의 시각으로 본 유대인이다. 레싱 박사는 그것이 유대인이 아니라 오리라고 답하고 싶고 분명 오리가 틀림없어야 하지만 나치는 유대인을 뚱보에 못생기고 노란색(유대인에게 달리는 노란별 배지)이 달린 것들 취급하게 강요하고 가스실로 몰아넣게 만들고 있기에 그 심정을 귀도에게 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탈리아어로 번역했다" 라는 말뜻은 "Qua!"이 꽥꽥이 아니라 이탈리아어로 "Here"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15] 오리가 아니라 여기 유대인 수용소의 유대인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이 해석대로면 위 퀴즈에 대한 질의는
"나는 유대인들을 가스실로 보내는 행위가 잘못된 것임을 아네.(=답이 오리인 건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그렇게 할 수가 없어!(=오리라고 대답할 수 없다) 분명 이게 잘못된 일인 줄은 알지만... 일개 장교인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어서 미안하네.(=날 좀 도와달라)"는 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오리는 사실 연합국을 의미하며, 연합국은 오스트리아 빈까지 진격했다는 걸 편지로 알게 되었다.- 두 번째 해석의 경우 노란색을 단 뚱보(무겁고) 못생긴 것은 연합군의 전차를 의미한다. 또한 누구냐 묻느냐는 말엔 꽥꽥꽥이라 한다는 대목은 미군의 수륙양용 차량인 DUKW의 별명이 DUCK(오리)인 것에서 나온 이야기로 추측된다.[16] 경적소리이거나 탱크의 사격소리일 수도 있다. 날 따라오면서 똥을 싼다는 것은 탱크가 매연을 뱉어내는 것일 수도 있고, 그것들이 지나온 곳이 폐허(똥, 쓸모가 없어진 것)로 나타낼 수 있다. 의사는 "오리라고 생각하지? 정말 오리일까?"(=적들이 비엔나에 온 것이라고 생각하나?) 라는 질문에 귀도는 그의 눈을 보며 끄덕인다. 오리가 맞는다고, 지금 우리가 얘기하는 게 전차가 맞는다고 끄덕이는 것이다. 이 문제를 풀기 전엔 내 문제를 보낼 수 없어" 적이 쳐들어오는 거에 대한 해결방안이 없다면 빈은 함락되고 더이상 자신은 빈의 친구에게 수수께끼를 보내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레싱 박사는 이 와중에도 수수께끼 놀이나 하려는 비인간적인 사람이다. - 마지막 해석은 가장 쉬운 해석이지만 가장 설득력이 떨어지는 해석으로 이 해석은 레싱 박사가 뭔가 도와줄 것처럼 하면서 정작 나오는 건 수수께끼라 사실 퀴즈 외엔 무관심한 인간으로 매도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저 수수께끼나 풀려고 굳이 웨이터가 필요하다며 귀도를 빼오고, 다른 장교들 눈치를 살피며 일부러 식기를 떨어트리거나 술을 엎질러 신호를 주고는 몰래 대화를 하진 않을 것이다. 그런 데다가 제발 도와달라고 호소하며 마지막엔 분명 아기오리라며 식탁을 내려치며 슬프게 화내진 않을 것이고. 애초에 귀도에게 동정심을 품고 있는데 이런 짓을 한다면 앞뒤가 맞지 않다. 무엇보다도 박사가 퀴즈에 집착하는 사람이라면 귀도를 끝까지 붙잡고 늘어질텐데 작중에서는 자기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식으로 절망만할 뿐, 퀴즈를 한번만 말해주고 귀도에게 집착하지 않는다.
감독 로베르토 베니니는 저 수수께끼는 작중의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표현하는 것일 뿐 정답은 없다고 발언했다. 레싱박사의 "아기오리가 정답일텐데!" 오열과 연관지어 보면 인간을 오리 이하의 것으로 몰아가는 나치의 어처구니 없음을 보여주는 첫 번째 해석이 근접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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