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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마이너 필링스 : '소수자'에 대해서 '근처에서 말하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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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마이너 필링스 : '소수자'에 대해서 '근처에서 말하기'

혜등 2023. 1. 1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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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수성'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단일민족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교과서에 싣는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모두 한국인이라는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것이 익숙하다. 피부색이 다르다는것은 곧 외국인이라는 걸 뜻하며, 어렸을 때 까무잡잡한 피부는 놀림의 대상이 되기 일수였다. 하지만 확실한건 모두가 절대다수에 속하는 삶만을 살아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엔가 모두가 '소수자'가 되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거대한 규모의 '소수자'도 있다. 그것에 대해 한번 상기해보고 다시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인종에 관한 이야기는 단순한 수다로 끝날 수가 없다. 그것은 존재론적이다. 
그것은 남에게 내가 왜 존재하는지, 내가 왜 아픔을 느끼는지, 
나의 현실이 그들의 현실과 왜 별개인지를 설명하는 일이다. 
아니, 실상은 그보다도 훨씬 더 까다롭다. 
왜냐하면 서구의 역사, 정치, 문학, 대중문화가 죄다 저들의 것이고, 
그것들이 내가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p. 20 / 145


2. 지구 단위의 사고를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에 살고 있는 아시아계 여성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한국의 삶을 한번도 벗어나보지 못한 나로써는 인종차별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너무나도 어색한 이다. 지구 전체에 있는 백인과 흑인, 갈색인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


3. 아시아계 문인들과 작품에 대해서 알 수 있다.
아시아계 문인들이 만들어낸 많은 소설, 영화, 시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국내 작가들의 이야기는 쉽게 접하지만 해외 작가의 경우 쉽게 접하기 어렵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작가들도 마찬가지로 다 생소했지만 모두가 각자의 분야에서 크게 자리잡은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소수자의 이야기는 바다 건너 소수자인 나에게 잘 전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작가들을 다시 발견할 수 있는 책이다.

소설 : 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 (브엉)
시 : 딕테 (차학경)
영화 : 와일드니스 (우창)


4. 스탠드업 코미디 장르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은 작품 초중반에 리차드 프라이어의 스탠드업 코미디에 대해서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일정 부분 스탠드업 코미디를 예찬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로부터 깨달음을 얻고 실천에 옮긴 부분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코미디에는 시에서 만날 수 없는 투명함이 있다.
코미디언은 정체성이 없는 척할 수가 없다.
....
별수 없이 자기 정체성을 먼저 인정하고나서
비로소 다른 소재로 넘어가거나 아니면 정체성 문제를 더 본격적으로 파고든다.
p37 / 145
나는 낭독회에서 시를 낭독하는 대신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기 시작했다.
굴욕감이 며칠 동안 방사선 물질처럼 살갗에 잔류했기 때문에
도저히 또 한 차례 시 낭독을 감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스탠드업 코미디라도 하면 최소한 의도적으로 내가 나에게 굴욕을 줄 수 있고,
그러면 어쩐지 독성이 덜할 것 같았다.
p38 / 145

5. PC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디즈니 영화를 즐겨본다. 그리고 동시에 마블 영화도 즐겨본다. 하지만 마블 영화의 오랜 팬들이 마블 페이즈4부터 PC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많이 들었다. 평론가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여성 캐릭터가 전면에 등장하고, 동성애 같은 퀴어한 요소들이 들어가는 것에 반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PC함에 대해서 찬성하는 쪽이다. 최근 디즈니 플러스 채널에서 알라딘을 재생하면 다음과 같은 경고문구가 나온다.

본 프로그램에는 특정 인물이나 문화에 대한 부정적 묘사 또는 부적절한 대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고정관념은 그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도 옳지 않습니다.

해당 콘텐츠를 제외하기 보다, 그러한 콘텐츠가 사회에 미친 해로운 영향을 인정하고,

그로부터 배우며 건설적 대화를 나눔으로써 보다 포용적인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디즈니는 전 세계 다양한 사람들의 풍부한 경험을 담아, 영감과 희망을 주는 스토리를 만들고자 노력합니다.

[관련 기사]

 

디즈니, 고전 만화영화의 인종차별 관련 경고문 강화 - BBC News 코리아

디즈니의 고전 만화영화를 볼 때 나오는 인종차별주의에 대한 경고 메시지가 보다 강화됐다.

www.bbc.com

알라딘에서 아랍인들에 대해 많이 우스꽝스럽고 악독하게 묘사한 부분이 있다. 그리고 알라딘이 왕자가 되는 장면에서는 피부톤이 조금 하얗게 변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러한 것들이 잘못됐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주인공 1번부터 5번까지 전부 남자인 영화의 잘못에 대해서도 이제 이야기해야한다. 영화의 목적이 흥행과 작품성만이 최 우선순위일 수 없는 것이다. 작가가 이렇게 이야기한다.

할리우드는 아시아인에 대해 아직도 심하게 인종주의적이어서
어쩌다 영화에서 드물게 아시아인 단역 배우라도 나오면
황인종을 우스꽝스럽게 그리는 장면이 나올까 봐 긴장하다가
안 나오면 긴장을 푼다.
p.21 / 145

이 책을 통해 인종과 백인성에 대해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 그럼 디즈니와 마블이 추구하는 PC에 대해 조금은 더 공감이 가지 않을까 한다.

6. "근처에서 말하기"에 대해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어떻게 문제를 다루고 말해야할까? 책의 중반부에서는 하나의 말하기 방식, "근처에서 말하기"를 이야기한다. 

영화 감독 트린 T. 민하는 내 체험 바깥에 있는 문화에
"관해 말하기"(speaking about)보다 그 "근처에서 말하기"를 제안한다.
「아트포럼」과의 인터뷰에서 트린은 이렇게 말한다.

'무엇에 관해 말하기보다 근처에서 말하기로 했을 때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당신과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들 사이에 놓인 잠재적 간격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대표성의 공간을 남겨두는 거죠.
그리하여 대상자와 아주 가깝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대표하거나, 대신하거나,
그 위에 군림하여 발언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입니다.
...
타자와의 관계에서 권위자의 위치를 점하려고 시도하지 않음으로써,
전지전능의 주장과 식의 위계에 따라 생성되는 무수한 판단 기준으로부터
당신은 사실 자유로워 집니다.'
p.76 / 145

7. 어설픈 영어에 대해서 부끄러워하지 않게 해준다.

작가는 동아시아 국가에서 자국 언어를 영어로 잘못 번역한 것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는 유머 사이트 Engrish.com를 소개한다. 하지만 이 사이트에서 그냥 웃음을 찾은게 아니라 작가는 날카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그들은 한국, 대만, 일본, 중국 등지를 여행하는 배낭여행족,
그러니까 바로 백인과 아시아계 미국인 여행자들이었다.
현지인을 스스럼없이 외부자 취급하는 외부자들이었다.
p72 /145

영어를 중심에 두고 나머지를 이해하는 사람들의 자세를 작가는 지적한다. 작가도 서투른 영어가 한때 부끄러움의 원천이었음을 인정하지만, 이제 자랑스럽게 말한다. 서투른 영어는 '나의 유산'이라고.

나는 진지하게 시를 쓰기 시작한 이래로 부정확한 영어를 이용했다.
마치 아마추어 연주자가 전문 오케스트라에 들어가 엉뚱한 부분에서
심벌즈를 올리거나 도입부보다 먼저 플루트 연주에 들어가듯 용어 선택을 실험했다.
고상해야 할 때 저급한 어휘를 쓰고, 가벼운 대화에 고귀한 웅변을 사용했다.
p74 / 145
8. 왜 우리가 침묵하지 않아야 하는지 알려준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대해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현재 나는 역사가 디지털 아카이브로 대거 흡수되어
우리 스스로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에 글을 쓰고 있다.
p.139 / 145


이러한 시대이기에
, 침묵은 망각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목소리 높여 문제를 말해야하는 이유다. 투표하지 않으면 잠재적 동의, 혹은 포기로 여겨지는 지금 제도 처럼.

 

침묵의 문제점은 침묵하는 이유를 목청 높여 말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침묵은 쌓이고, 증폭되고, 우리의 의도 밖으로 자체의 생명을 얻어 
무관심이나, 회피나, 심지어 수치심으로 잘못 해석될 수 있으며 
결국 이 침묵은 망각으로 이어진다. 
p.116 / 145

9. 작가의 가장 개인적인 심연을 다룬다.
[어떤 배움] 챕터는 작가가 에린과 헬렌과 함께했던 시간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에린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면 작가의 말대로 '페미니스트 예술 동지애의 모델'만을 이야기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헬렌의 이야기를 담으며 본인이 글쟁이가 된 경로를 이야기한다. 작가에 대해 깊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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