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모 이야기 : 두려움에 대한 고양이의 접근법

트위터에서 자주 만나던 '모대리'라는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모 이야기'

평소에도 특유의 붓팬으로 그려진 고양이, 모대리를 좋아하던 참에 책으로 나온다는 소식에 단숨에 구매해서 읽어봤다.

사실 긴긴밤 보다도 먼저 읽은 책이지만 2월달에 워낙 이런저런 책들이 스쳐지나가는 통에 글을 쓰는게 조금 늦어졌다.

하지만 긴긴밤이 동화가 줄 수 있는 모든것을 얻는 느낌이라면, 모 이야기는 동화가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을 받은 느낌이다. 다 크고 늙고 지친 내가 읽어도 동화로부터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충분히.

 

모 이야기는 아기 고양이 모의 어느 잠이 오지 않는 밤, 창밖으로 우연히 보게 된 웃는 빛을 따라 숲을 탐험하는 이야기다. 숲을 여행하는 과정에서 모는 친절하고 재미있는 숲속 친구들을 만나고 여러가지를 배우고 얻는다. 길을 떠나기 전 준비하는 법, 처음 만난 이에게 인사하는 법, 마음을 나누는 법, 함께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하는 법, 걱정을 잊고 순간을 즐기는 법 등 다양한 지혜를 얻게 된다.

하지만 숲속에서 만난 동물들은 모두 모에게 검은 숲에 살고 있는 곰을 조심하라고 당부한다.  “검은 숲에는 곰이 살고 있어! 곰은 어마어마하게 크고 무서우니 조심해야 해!” 모는 곰을 두려워하지만 마냥 피하지만은 않는다.  오히려 호기심을 품는다. 그 숲속 여행 끝에 웃는 빛과 곰을 함께 마주하는 이야기. 모 이야기다. 

'모 이야기'에서 주인공 모는 많은 동물들을 만난다. 그러면서 여러가지 도움을 받기도 하고, 선물을 받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다른 동물들의 표정은 다채롭게 묘사되지만 모의 표정은 크게 변화가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다. 아니 그런 변화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표정 보다는 몸짓에서 고양이 모의 언어가 느껴졌었다. 두렵고 경계하는 고양이의 모습에서 저 작고 귀여운 고양이가 이겨내야하는 것들의 무게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그림이 엄청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장면의 전환될 때마다 공간이 바뀌는데, 그야말로 극적이다. 각 동물들이 지내는 공간에서 모는 단 한번도 홀대 받지 않는다. 다들 모에게 따뜻한 동물들이다. 이유는 딱히 없다. 마찬가지로 있었던 것 같지만 기억이 잘 안난다. 아기 고양이니까! 고양이는 대접받을만하다고 느껴져서 나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모가 작게 그려질수록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이 넓은 공간에서 고양이와 다른 동물들이 움직이는 모습이 그려져서 그런 것 같다. 거기다 말풍선 없이 텍스트가 빈칸에 들어가있는 것이 아주 적확한 연출로 느껴진다. 동물들의 언어를 말풍선안에 가두지 않아서 참 좋았다.

검은 곰을 만나는 장면에선 왜인지 내가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 보다는 내가 검은 곰의 입장에서 많이 생각하게 됐다. 누군가 날 두려워하는 상황을 늘 염두에두고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곰도 얼마나 그런 삶을 살았을지가 확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게 좀 필요한 세상인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은 트위터에서 작가를 팔로우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고, 책을 다 읽고나면 트위터를 통해 작가를 팔로우할 때 더 여운을 느낄 수 있는 종류의 책이다. 그리고 '후긴앤무닌'이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여러가지 굿즈도 함께 판매하고 있는데, 고양이의 귀여움을 잘 포착한 굿즈가 많아서 애용하고 있다. 작가와 소통할 수 있는 공간과 방법이 여러가지라는건 요즘 시대의 특권이자 특혜인데, 동화가 특히 그런점이 잘 발달하고 있는 것 같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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