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디자이너의 독학
[인문에세이] 도서관은 살아 있다 : 동반자의 눈으로 바라본 도서관 본문
밀리의 서재를 오랜 기간 구독하고 있다. 예전에는 '종이책 읽기를 권함'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종이책이 영원할거란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 생각해보면 종이라는 물성에 책이 왜 묶여있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음악은 LP, 테이프, CD, mp3파일 여러 매체로 재생 방식이 바뀌고 있는데 책이라고 그러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글을 쓰는 작가에게 글을 계속 쓸 수 있게 해주는 가장 직접적인 방식이 종이책 구매라고 생각해서 의식적으로 종이책 '읽기' 뿐만 아니라 '사기'를 계속 하고 있다.
그런데 그러다보니 책을 좀 더 높은 기준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사두고 읽지 않기에는 집은 마냥 넓지 않아서 책을 무한히 담아둘 수 없다. 더욱이 한달에 얼마 되지 않는 돈을 내면 몇백권 몇천권 내가 읽을 수 있는 책들이 휴대폰안에서 잠자고 있다. 그런 책들을 다 뒤로하고 사서 읽을만한 책인가?라는 것에 답할 수 있어야 당당하게 계산대에 오르는 것이다.
책에 대한 담론은 아주 작게라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도서관'은 어떨까? 단순한 생각으로 종이책을 담아두고 있는 건물은 USB하나에 다 담기는 정보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의 생각도 '종이책'만큼이나 '도서관'에 대한 생각도 조금 달라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 더구나 도서관은 개인이 만들지 않는다. 개인은 책을 살 수 있지만 도서관은 개인이 쉽게 만들지 못한다. 대신 도서관은 지자체, 국가 단위로 만들어지고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지자체, 운영자들의 눈에 도서관이 어떻게 보이는지는 최근의 흐름에서 긍정적 신호를 발견하긴 어려운 것 같다고 느낀다.
[단독] 서울시, 작은도서관 예산 없앴다…예고 없이 “지원 끝”
취임 이후 예산 줄다가 올해 돌연 ‘0원’운영 대폭 축소하거나 아예 문 닫을 수도“책 읽고 생각하는 시민 없애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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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종이책을 사면서 도서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기회가 생긴다는건 2023년에 꼭 해야하는 일이라고 느껴져서 이 책을 샀다. 오프라인 서점에 가서, 점원에게 책의 위치를 물어 한권 남은 재고를 데려온 이 책.
보통 우리는 도서관을 방문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도서관에서 일한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도서관은 어떤 모습일까? 혹은 도서관에 대해 좀 더 깊은 이해를 가진 사람은 도서관을 어떻게 즐길까? 이 책을 보면 여러곳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는데, 사서로 근무해본 경험이 있는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답을 알게 된다.
건축학과 공부를 하다보면 다양한 용도의 건물에 대해 디자인해볼 기회가 있는데, 그 중에 고학년으로 접어들면 어김없이 도서관은 한번쯤 경험해볼 기회가 생긴다. 그 때 했던 여러 도서관에 대한 고민에 겹쳐 이 책은 정말 '재밌게'읽을 수 있었다. 이런 건물의 기능을 소위 '프로그램'이라고 하기도하는데, 아마 이 책을 읽고 설계를 할 수 있었다면 더 재미난 아이디어와 실질적인 기능을 건물에 추가할 수 있었을 것 같다. 특히 사서의 눈으로 이 책을 써준 덕분에 도서관을 이해할 수 있는 '공급자의 눈'도 아닌 '이용자의 눈'도 아닌 도서관의 '동반자의 눈'으로 건물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무언가에 애정을 가지고 쓰는 '아무튼'시리즈와도 뭔가 맥락이 닿아서, 작가가 소개하는 여러 도서관을 한번 방문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책이기도 하다. 새삼 저자의 소개가 다시 읽혀지면서, 내가 만약 '아무튼 서비스디자인'을 쓰고 저자 소개를 쓰면 사람들에게 어떻게 읽힐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도서관에서 삶을 읽고 삶에서 도서관을 읽는 여행자. 도서관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고 믿는 도서관 활동가. 카드목록함이 있던 아날로그 시대 도서관을 경험한 운 좋은 세대다. 숙명여자대학교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라큐스대 정보대학원에서 문헌정보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에서는 여러 기업에서 IT 개발자로 일했고,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 도서관 사서로 근무했다. 현재는 사서가 부러워하는 도서관 이용자다. 친환경 북 아티스트를 목표로 인생 삼모작을 준비 중이다. - 저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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