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디자이너의 독학

[영화] 더 메뉴 : 고상하고 잔인하고 신랄한 미식 우화 본문

보고 듣고 느낀것들/영화.드라마.OTT 🍿

[영화] 더 메뉴 : 고상하고 잔인하고 신랄한 미식 우화

혜등 2023. 8. 31. 22:00
반응형

더 메뉴 공식 포스터

음식과 관련된 컨텐츠는 왜인지 늘 매력적이다. 영화속에서 내가 상상해야 하는 것들은 대부분 그 배우들의 감정인데, 음식이 나오고 요리를 하는 영화에서는 상상할 수 있는 것이 한가지 늘어나는 기분이기 때문인 것 같다. 거기다 나의 삶과도 가끔은 직관적으로 연결되어 그날의 저녁 메뉴로 발현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디즈니 플러스는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여러 매체를 통해서 계속 필사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다. 사람들이 원하는게 이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전략들이 주효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눈에 밟혀서 여러 컨텐츠를 보게 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더 메뉴'. 그야말로 음식을 둘러싼,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이야기에 대해서 신랄하게 다룬 영화다.

식당에 방문하게 되는 초반의 모습

이 영화는 안야 테일러조이가 연기한 '마고'를 위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하지만 그녀를 둘러싼 사고나 이벤트들에서 그녀는 계속 주변인 처럼 그려진다. 셰프 '슬로윅'의 요리를 먹기위해 한끼에 1250달러를 내고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 각자의 사정으로 모두가 이 식당을 벗어날 수 없을 때 바로 영화는 시작된다. 그리고 각자가 각자의 방법으로 이 레스토랑에서의 마지막 모습을 드러낼 때 영화는 끝이나게 된다.

쉐프와 전체 손님이 보이는 레스토랑의 풍경

이 영화는 코스요리를 먹듯이 진행되는데, 메뉴는 다음과 같다.

  • 레몬 캐비아를 올린 생굴과 미니오네트(Lemon Caviar Served On Raw Oyster With Mignonette)
  • 아뮤즈 부쉬(Amuse Bouche)
  • 섬(The Island)
  • 빵 없는 빵 접시(Breadless Bread Plate)
  • 추억(The Memory)
  • 난장판(The Mess)
  • 입가심(Palate Cleanser)

메뉴만 봐도 벌써 좀 어렵고 난해하다. 하지만 이 메뉴 라인업을 영화보기전에 봤다면 이 영화가 거의 공포영화에 가까울정도로 유혈이 낭자하고, 스릴러 영화처럼 마음을 졸이면서 봐야한다는것을 조금은 예상할 수 있을지도 몰랐겠다 싶다. 쉐프를 아래로 펼쳐지는 레스토랑의 엄격한 위계질서는 그동안 많이 다뤄졌지만 이 영화는 상상이상의 방법으로 그 세게를 다룬다. 레스토랑의 키친 뿐만 아니라, 그를 둘러싼 전체 생태계를 다룬다고도 할 수 있겠다.

쉐프의 말에 절대 복종하는 키

이 영화를 보면 주인공 마고의 시선으로 영화가 그려지는 덕분에 안야 테일러 조이의 연기를 잔뜩 볼 수 있다는게 큰 장점 중 하나다. 그녀만을 위한 마지막 숨겨진 메뉴가 하나 있으니 그걸 기다리면서 영화를 봐도 좋겠다.

퀸스갬빗이 큰 히트를 치고 체스가 유행했지만 그 당시에는 보지 않았는데, 오히려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퀸스갬빗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니 그것도 수확이라면 수확일 수 있겠다.

그 키친을 유일하게 들어올 수 있는 사람, 마고

영화를 다 보고나면 처음엔 물음표가 머리 위에 뜰지도 모르겠다.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전적으로 레스토랑의 코스요리에 의지한다. 하지만 요리에 기승전결은 일반적인 세상의 논리와는 조금 다르다. 물음표를 삼키는 방법을 이해해야 소위 '미식가'가 되는 것이다.

결국 물음표를 머리위에 두고도 아닌척하고 이 영화에 대해 몇마디 쓸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추고 나면, 결국 이 영화가 하려고 한 이야기를 그제서야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완전히.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