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디자이너의 독학
[에세이]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 : 명함보다 더 큰 삶에 대하여 본문
일을 조금 하다보면, 명함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있다. 입사 초기에 보통 명함을 만드는 일부터 시작하게 되는데 그럴 때에 자신들의 아주 작은 성취들은 모두 명함안에 담겨야 하고, 조금이라도 나의 사회적 위치에서 어긋나는 획들이 추가되어 있으면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딘가에서 자신을 소개할 때 직책이나 팀 이름이 본인과 맞지 않으면 참을 수 없어 한다.
설령 나쁜 대우를 받는다 하더라도 그 직함만은 지켜야 하는 사람들. 어디가서 자랑스럽게 명함을 내밀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인터뷰 중 묵직하게 다가오는 한마디한마디에 명함에 차마 다 담을 수 없는 그녀들의 삶을 보면 명함이 얼마나 부질 없는 것인가..하고 느끼다가도 진짜 명함이 필요한 분들은 이런 분들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책.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했냐'는 고령 여성들의 삶을 일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담은 인터뷰집이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 만큼이나 울림을 주는 문장들이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데, 이 말들이야 말로 정말 명언을 넘어선 어떤 삶을 관통하는 힘을 가진 문장들이라 생각한다.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런 문장을 만나기 위해서라도 책을 읽어야 한다.
서비스디자인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깊이 있는 인터뷰를 할일이 좀 많아졌다. 그런 수 많은 인터뷰 속에서 주옥같은 문장을 만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문장들은 어떤 분야에 대한 몇년의 공부보다도 큰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이 책에 나오는 문장들이 다 그랬다. 우리가 사회적으로 이 분들의 일을 재단하거나 칭송할 수 있는 직무를 개발하지 못해서 그렇지 이미 이 분들은 대단한 분들이라는 것이 한 문장문장에서 느껴졌다.
거기다 경향신문 젠더팀에서 인터뷰 뒤에는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서 함께 알려주고 있다. 단순히 어떤 문제에 대한 단편적인 시선이 아니라 데이터를 가미하면서 이 인터뷰의 뒷 배경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그리고 현재의 상황에 어떻게 연결되어 해석할 수 있을지 도와준다.
젠더이슈에 대해서 예전에 비해 사회가 많이 귀기울이고 달라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마만큼 기득권 아닌 기득권을 지키려는 반대 움직임도 매우 강렬하게 느껴진다. 억울함을 강화하는데 온갖 포커스를 두고 있는 반대 움직임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다. 젠더이슈, 혹은 페미니즘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사회를 얼마나 더 깊이있게 바라볼 수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든 이 책을 다 읽고나면 누군가에게 명함을 만들어주고 싶은 기분이 들것 같다.
내 주위에 명함 없이 가장 위대한 일을 해온 사람들을 위해.
(관련 인터뷰 기사는 아래의 링크에서 읽어볼 수 있습니다!)
https://m.khan.co.kr/series/articles/as327
기획·연재 |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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