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디자이너의 독학
[소설] 정세랑 : 시선으로부터 본문
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는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유튜브를 통해 추천받은 책이다. 요즘은 정보를 네이버가 아니라 유튜브에서 찾는다더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나도 유튜브를 통해 책을 추천받은건 처음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KBS 기자들이 진행하는 ‘책읽어주는 기자들’ 코너에서 리뷰했던 책 내용을 보고 매력을 느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시선으로부터,’는 정세랑 작가의 장편소설로 2020년에 출판된 책으로, 주인공 심시선과 그의 가족, 심시선의 생애와 제사에 대한 이야기이다. 모든 챕터는 심시선이 남긴 말과 글, 그리고 심시선의 제사를 준비하고 치루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된다. 페미니스트로 살았던 심시선의 뜻에 따라 제사를 지내지 않았던 심시선의 가족들은 10주기를 맞아 하와이에서 심시선의 제사를 지내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그 제사상에 어떤 것들을 올릴지 각자가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심시선의 삶과 가족들의 삶이 교차하는 이야기이다.
심시선은 요제프 리와의 첫번째 결혼에서 3남매를 낳게되고, 홍낙환과의 두번째 결혼을 통해 또 새로운 가족을 얻게된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총 등장인물이 심시선의 가계도에서만 17명이라 등장인물의 관계가 무척이나 헷갈린다. 책에도 처음에 심시선의 가계도가 별도로 그려져있을 정도다. 책을 읽으며 계속 가계도 페이지로 왔다갔다하게 되지만, 어느순간 더 이상 가계도로 돌아오지 않게된다. 이 가족들의 관계에서 중요한 건 가계도가 아니라는걸 어느순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태어나며 생긴, 혹은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생긴 관계보다 사람과 사람으로써의 관계, 즉 지금 순간의 형태가 더 의미있다는걸 느끼게 된다.
팬케이크, 도넛, 레후아꽃, 화산석 자갈, 박물관에서 만들어온 목걸이, 하와이 배경 소설, 하와이 (외래종)새의 깃털, 파도의 거품, 과일, 커피, 증서.. 그리고 훌라춤까지. 많은 가족들은 많은 이야기들과 함께 심시선을 떠올리며 제사상을 채운다. 단순히 엄마, 할머니, 장모님이라는 관계가 아니라 지금 각자 자신과 심시선의 관계가 드러나는 과정을 거치면서.
동시에 심시선의 과거 이야기는 페미니스트가 살아온 지난 20세기의 모습이 보여진다. 녹록치 않은 환경에서 최대한 페미니스트 답게 살았던 심시선의 굴곡진 삶은 ‘우리시대의 소설’에 뽑히기도 했지만, 지금 우리가 읽어봐야할 책이라고 느껴졌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유튜브 소개에서 알게되었지만 고박원순 시장 성추행의혹-사망 사건과 관련한 일련의 시위에서소설에 등장하는 문장이 사용되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어떤 자살은 가해였다. 아주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였다.
피해자와 연결짓기에 과하다는 해석도 있고, 적확하다는 해석도 있다. 나는 처음엔 전적으로 동의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협력업체 사장이 대기업의 갑질을 못 견디고 던진 염산병에 맞아 트라우마를 겪는 화수의 모습에서 고 박원순 시장의 이야기가 떠오른 것만은 사실이었다. 마지막 가해를 하려는 생각은 아니었을지 몰라도 죽음으로 책임지지 않았으면했으니까.
죗값을 치르지 않고 도망쳤다. 그건 도망이었다.
개인적으로 ‘댓글읽어주는 기자들’ 채널을 참 좋아한다. 기회가 된다면 책읽어주는 기자들에서 리뷰한 책 뿐만 아니라, 우리 시대의 소설을 다 읽어보고 싶다.
[기획시리즈]우리 시대의 소설
우리 시대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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