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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디자이너의 독학

용돈을 받기 시작하고 돈을 조금 모아 '앨범'을 사려고 마음을 먹은 어린날, 큰 맘 먹고 샀던 2장의 CD. 한장은 이소라 6집 '눈썹달', 그리고 나머지 한장은 김동률의 정규 4집 앨범 '토로 土露'. mp3 플레이어가 한창 성장하던 시기에 왜인지 모를 고집으로 CD로만 음악을 들었던 날들. 총 11개의 트랙은 각각의 순서대로 계속 반복되던 나의 하루 동안 두장의 앨범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첫번째 곡을 첫번째 곡으로 들을 수 있었던 2000년 초반, 10대 후반의 나. 그렇게 4집으로 시작한 감상은 3집, 2집, 1집, 카니발, 전람회를 거슬러 올라가는 사이 감사, 5집, 크리스마스 앨범, 베란드 프로젝트가 새로이 나오며 하루를 넘어 계절, 시절, 10대, 20대, 30대를 가득가..

트위터에서 자주 만나던 '모대리'라는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모 이야기' 평소에도 특유의 붓팬으로 그려진 고양이, 모대리를 좋아하던 참에 책으로 나온다는 소식에 단숨에 구매해서 읽어봤다. 사실 긴긴밤 보다도 먼저 읽은 책이지만 2월달에 워낙 이런저런 책들이 스쳐지나가는 통에 글을 쓰는게 조금 늦어졌다. 하지만 긴긴밤이 동화가 줄 수 있는 모든것을 얻는 느낌이라면, 모 이야기는 동화가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을 받은 느낌이다. 다 크고 늙고 지친 내가 읽어도 동화로부터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충분히. 모 이야기는 아기 고양이 모의 어느 잠이 오지 않는 밤, 창밖으로 우연히 보게 된 웃는 빛을 따라 숲을 탐험하는 이야기다. 숲을 여행하는 과정에서 모는 친절하고 재미있는 숲속 친구들을 만나고 여러..

왓챠에서 보고 싶은 영화를 찾고 있던 와중, 나이브스 아웃을 재밌게 본 나에게 알고리즘이 추천한 영화. 1950년대 영화이기에 흑백 영화이며 추리, 범죄 영화라는 정보만 가지고 봤지만 별 5개를 주어야만 했던 영화. 이 영화가 전달하는 모든 것들은 간단하다. 등장인물은 제목에서 말하는 12명의 성난 사람들(배심원)이 거의 전부이며 그 외의 판사나 소년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영화 전체에 등장하는 공간도 배심원들이 토론하는 공간이 거의 전부이며, 대부분의 장면에서 컷 전환을 최소한으로 한 것이 느껴진다. 거기다 어떻게 보면 1시간 반 동안의 이야기 동안 이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도 간단하다. 섣부른 확신은 위험하다는 것. 우리가 자선 활동을 하진 못하더라도 누군가에 대해 판단할..